마음이 복잡한 날은 대개 내가 나를 놓친 날이에요. 남의 마음은 잘 읽으면서 정작 내 마음은 못 읽는 날. 그럴 때 시는 거울이 되어 줘요 — 나를 마주 보게 하는 시 세 편을 골랐어요.
거울 속의 나는 나와 반대지만
띄어쓰기 없이 붙어 버린 글자들이 답답한 마음 그 자체예요. 거울 속의 나와 악수조차 할 수 없다는 이 시는, 나와 내가 어긋나는 날의 정확한 기록이에요. 1933년에 쓰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죠.
우물 속의 사나이
「자화상」 · 윤동주
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.
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.
문턱에서 「자화상」 전문 읽기 →우물 속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가다, 가엾어져 다시 돌아오는 마음. 나를 들여다보는 일은 늘 이렇게 미움과 연민 사이를 오가요. 그래도 끝내 다시 들여다보는 것 — 그게 이 시의 위로예요.
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마음
나를 들여다본 끝에 남는 건 결국 다짐이에요. 완벽하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부끄럽지 않겠다는 다짐. 마음이 복잡한 날의 마지막 페이지로 이만한 시가 없어요. 세 편 모두 문턱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어요.
문문은 매주 일요일, 지금의 당신에게 맞는 시 한 편을 편지로 건네요. 취향 문답을 남기면 큐레이터가 당신의 계절을 읽어 드려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