밤은 시를 읽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에요. 하루의 소음이 잦아들고, 마음의 소리가 비로소 들리기 시작하니까요. 스크롤 대신 시 한 편으로 하루를 닫아 보세요. 잠들기 전에 읽기 좋은 세 편을 골랐어요.
포근하게 덮이는 밤
눈을 '덮어주는 이불'이라 부르는 마음. 읽고 나면 이불을 끌어당기는 손길이 조금 다정해져요.
고요히 나를 들여다보는 밤
「자화상」 · 윤동주
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.
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.
문턱에서 「자화상」 전문 읽기 →달이 밝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일은, 밤에 혼자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과 닮았어요. 미워졌다가, 가여워졌다가, 끝내 그리워지는 — 그게 나라는 사람이죠.
자장가처럼 끝나는 밤
같은 문장으로 시작해 같은 문장으로 끝나는 이 시는 그 자체로 자장가예요. 소리 내지 않고 입술로만 읽어도 마음이 눕습니다. 세 편 모두 문턱에서 전문을 만날 수 있어요.
문문의 편지는 일요일 저녁에 도착해요. 한 주를 닫는 밤, 나를 위해 골라진 시 한 편과 함께 잠들 수 있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