구차한 변명은 사랑이 될 수 있었다 드문드문 떨어지는 빗방울을 막고 있는 나뭇잎 아래 그림자가 짙게 깔린 허리춤에는 그토록 원해왔던 구름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도 했다 위로 향하는 액체는 없는 걸까 호기심에 눈물을 몇 번 흘리기도 했지만
가지 마
오지 마
간격들의 느린 홍조에 대해 무시할 수 없었던 숨막히는 높이의 하늘에 대해 이 모든 풍경이 하나의 얼굴에서 나올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비밀이었다 말할 수 없는 입술에는 말할 수 없는 사연이 어울리기도 했으니까 그것이 약속인지 운명인지 알아차리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